命運堂명운당

서고 · 이야기 七

요즘 괴담 여덟

옛이야기만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교와 군대와 아파트에서도 이야기는 계속 지어졌습니다. 만들어진 시기와 사정이 비교적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들입니다.

도시전설의 좋은 점은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빨간 마스크가 몇 년에 어느 나라에서 시작했는지, 홍콩할매가 무슨 사건과 얽혀 퍼졌는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전설을 보면 옛이야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겁먹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一빨간 마스크를 아십니까빨간마스크

1990년대 후반 한국의 초등학교를 휩쓴 이야기입니다.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다가와 「나 예뻐?」 묻고, 마스크를 벗으면 귀까지 찢어진 입이 드러납니다. 가위나 칼을 들었다는 판본이 많았습니다.

일본의 쿠치사케온나(1979년)가 건너온 것입니다. 약 20년 뒤에 한국에서 다시 유행했습니다.

당시 학교 앞에 학부모가 나와 아이를 데려가고, 하교를 단체로 시키는 곳까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 그대로 재현된 셈입니다.

도시전설이 퍼지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어른의 매체가 아니라 아이들의 입으로만 옮겨 다니는데, 속도는 훨씬 빠릅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二홍콩할매귀신홍콩할매

1980년대에 돌던 이야기입니다. 홍콩에서 비행기 사고로 죽은 할머니가 고양이와 합쳐져 되살아났다는 것입니다.

밤에 아이를 잡아간다고 했고, 「홍콩할매다」 하고 세 번 외치면 나타난다고도 했습니다.

이 괴담에는 시대가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홍콩이 「먼 외국」이면서도 영화와 물건으로 익숙하던 시절의 이름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합쳐졌다는 대목은 일본 바케네코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비행기 사고라는 설정은 당시 항공 사고 보도가 강하게 남았기 때문으로 봅니다.

괴담은 그 시대가 무엇을 무서워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지금 아이들 사이에 도는 이야기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三학교 이순신 동상이 밤에 움직인다동상괴담

학교마다 있던 위인 동상이 밤 열두 시에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칼을 뽑는다, 세종대왕이 책장을 넘긴다는 식이었습니다.

학교 괴담의 소재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동상, 화장실, 음악실 피아노, 과학실 인체 모형, 계단 수입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낮에는 익숙한데 밤에는 낯선 것들입니다. 아이가 매일 보지만 밤에 혼자 마주칠 일은 없는 것들이요.

여기에 학교라는 공간의 성격이 겹칩니다.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면서도 자기 것이 아닌 곳, 규칙이 촘촘하고 어른의 눈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곳의 밤을 상상하는 데서 괴담이 나옵니다.

四계단 수를 세면 하나가 더 있다계단괴담

학교 계단을 오르며 세면 열세 개인데, 내려오며 세면 열네 개라는 이야기입니다. 혹은 밤에 세면 하나가 더 생긴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오르내리며 세면 숫자가 달라지기 쉽습니다. 첫 계단과 마지막 참을 세느냐 마느냐에 따라 하나씩 어긋납니다.

게다가 사람은 반복되는 것을 셀 때 자주 틀립니다. 계단처럼 똑같은 것이 이어지면 더 그렇습니다.

이 괴담이 좋은 것은 누구나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확인해 보면 실제로 숫자가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서 「진짜였어」 하는 아이가 생기고, 이야기가 삽니다.

괴담이 오래 사는 조건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시험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五군대에서 밤에 이름을 부르면불침번

야간 근무를 서다 누가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뒤에서 부르면 절대 돌아보지 말라고요.

이 말은 산에서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지 말라는 옛 금기와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장산범 이야기와도 겹칩니다.

실제로 밤 근무 중에는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는 일이 흔합니다. 잠이 모자란 상태에서 어두운 곳을 오래 보면 뇌가 없는 것을 만들어 냅니다. 감각 박탈 상태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군대 괴담이 유독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젊은 사람 여럿이 잠이 모자란 채로 어두운 곳을 지키고, 그 이야기를 다음 사람에게 넘겨줍니다. 괴담이 대를 이어 전해지기에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습니다.

六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층에 가는 법도시전설

정해진 순서로 층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른 세계로 간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돌았습니다.

10층 건물에서 4층, 2층, 6층, 2층, 10층, 5층 순으로 누르라는 식의 구체적인 규칙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2000년대 후반 일본과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퍼졌습니다. 앞서 본 하나코상이나 계단 괴담처럼 해 볼 수 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 봤다」는 글이 이어지고, 그 글이 다시 이야기를 키웁니다.

실제로 해 보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다른 세계 때문이 아니라, 늦은 밤 혼자 엘리베이터를 여러 번 오르내리는 것이 안전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괴담은 읽고 이야기하는 데까지가 좋습니다.

七사진에 찍힌 손심령사진

여럿이 찍은 사진에 사람 수보다 손이 하나 많다거나, 창밖에 얼굴이 비쳤다는 이야기는 어느 집에나 있습니다.

심령사진의 상당수는 설명이 붙습니다.

빛이 렌즈 안에서 반사되며 생기는 얼룩(플레어), 먼지가 플래시를 받아 생기는 둥근 자국(오브), 느린 셔터에서 사람이 겹쳐 찍히는 것, 창유리에 비친 실내가 겹치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람의 뇌가 얹힙니다. 어지러운 무늬에서 얼굴을 찾아내는 것을 파레이돌리아라고 합니다. 구름과 벽지 얼룩에서 얼굴을 보는 그것입니다. 사람은 얼굴을 찾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없는 데서도 봅니다.

필름 시절에 심령사진이 많았고 디지털로 오면서 줄어든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八자면서 몸이 떨어지는 느낌입면기연축

잠들려는 순간 발을 헛디딘 것처럼 몸이 움찔하며 깨는 일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누가 밀었다」거나 「혼이 나갔다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이건 이름이 붙어 있는 현상입니다. 입면기 연축(hypnic jerk)이라 합니다.

잠에 들어가며 근육이 풀리는데, 뇌의 일부가 그것을 「떨어지고 있다」고 잘못 읽어 몸을 붙잡으려 힘을 주는 것으로 봅니다. 사람 대부분이 겪습니다.

피로가 심할 때, 카페인을 많이 마신 날,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할 때 더 잦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가위눌림(수면마비)과 함께, 잠의 문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오랫동안 귀신의 몫이었습니다. 이름이 붙고 나면 무섭지 않아집니다.

맺음

이 가운데 몇 가지는 실제 사건에서 왔고, 몇 가지는 사람의 몸이 겪는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무섭게 들리는 이야기일수록 밑을 파 보면 평범한 사정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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